200405

圍離庫 2020. 4. 5. 05:04

  옛날 이야기.

  

  그저 높은 꿈, 그것만이면 이룰 수 없을 것이 없으리라 여겼던 그때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. 참 이렇게도 얼치기가 있을까? 나에게 이룰 수 있는 것이란 없다. 그것을 이미 안다- 스스로 목숨을 끊어내고 싶어도 그럴 용기가 없으므로 기렇게 한해 한해, 덤과 같은 목숨을 연명해 간다. 내 꿈은 이미 닿을 수 없이 멀어졌고, 나는 한껏 뒤쳐졌다. 앞으로 달려갈 기운이 또 남아 있을까? 글세, 아닌 것 같다. 몸부림치며 이루고자 했던 꿈이란 허망한 일이 되었다. 무엇이 나에게 남았는가? 꿈? 사랑? 쥐꼬리만한 의무감? 우스운 사명감?

 

  아무것도 남은게 없다.

 

  알량한 자존심도 남은 것이 없다. 그저 이제는 뒤쳐진 채, 더 나아갈 수 없는 삶을 부지하고 있을 뿐.

 

  오직 나는 죽어가기 위해 살아간다. 

  딱히 삶에 애착이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죽음에 엄습해 올 고통이 두려울 뿐이다. 나의 어머니, 이 보잘것 없고 부실한 아들에 의지하는 나의 원천이 안스러워 살아 남아 있을 뿐이다. 이미 장래란 보이지 않는데 내가 무슨 장래를 보고 더 애착을 가질 수 있겠나? 그러할 뿐인 것을.

 

  머리가 아프다.

  깨질듯 머리가 아파.

 

  어서 죽었으면- 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 끊어내지 못한 것.

  나를 둘러싸고 나를 얽맨 모든 것들 다 나보다 앞서 가버리고

  나도 그 구애에 벗어나 마침내 그저 피안의 어느 곳으로 갈 수 있으면.

Posted by 蝟郞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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