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서총설 (2) 『맹자』 읽기

 

  『맹자(孟子)』라는 서물은 난해한 책이다. 기본적으로 문장이 길다. 맹자(孟子)의 그 화려한(?) 언설(言說)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그렇다. 그러면서도 대화의 생동감도 겸비하고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. 그 특유의 생동감과 긴 호흡을 한꺼번에 살려가면서 읽기란 매우 어렵다. 이것이 『맹자』가 난해한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. 괜히 '문리(文理)'를 트이게 하겠다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. 동시에 『맹자』라는 서물의 난해함을 배가시키는 것은 개념화 된 어떠한 언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. 『논어(論語)』에서 광범위하고 거칠게 제기되었던 키워드보다 더 많은 수의 키워드가 등장하고, 역시 선진시대의 그것답게 이것을 하나의 의미로 파악해 가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.[각주:1]

 

  『맹자』라는 텍스트의 위상이 경전의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흔히 남송(南宋)의 주희(朱熹, 1130~1200)의 공으로 알려져 있다. 그러나 그 이전인 북송(北宋) 시대부터 십삼경(十三經)의 하나로 수록되었다는 점, 최초의 주석작업이 후한(後漢) 시대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후한 시대를 기점으로 중요 텍스트 중 하나로 인지되었다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.[각주:2] 물론 맹자라는 사상가의 위치를 공자의 다음가는 위치로 자리매김 시킨 것은 여지없이 주희의 공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 텍스트의 중요성 자체는 늦어도 후한시대에 이미 준 경전적인 위치에 있어왔다고 할 수 있겠다.

 

  개인적으로 내가 견지하고 있는 『맹자』 이해의 틀은 『논어』 이해의 틀과 동일하다. 그만큼 난해한 키워드를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것인가는 이 텍스트를 독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. 그러나 문장이라는 측면에서 주희의 해석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. 결국 이 점은 훈고학의 성과를 참조할 수 밖에 없다. 그에 앞서 독자들에게 당부(?)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. 훈고학의 해석이 주희의 해석과 완전한 별개의 그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. 결국 주희의 훈고는 상당부분 한~당 시대의 훈고학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. 따라서 본 작업은 두 텍스트를 대립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 하에서 진행될 것이다.

  

  2020년 현재 주로 참조하고 있는 『맹자』 독해의 보조자료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.

  1. 전근대 주석 : 『맹자집주대전』, 『맹자주소』, 『맹자정의』

  2. 현대 주석 및 번역 : 『맹자역주』(양백준)

  3. 한국어 번역본 : 『맹자집주 부 안설』(성백효), 『맹자주소』(최채기, 양기정, 간행중)

  4. 연구서 : 『맨 얼굴의 맹자』(퀑로이슈운, 이장희 역), 『맹자의 땀, 성왕의 피』(김상준)

 

  덧) 기타 사료는 『논어』와 같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였다.

  1. 이러한 지점은 『논어』가 갖는 텍스트로서의 위치를 계승한 것으로서 『맹자』를 바라보게 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. 『맹자』와 함께 이러한 지점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『순자(荀子)』일 것이다. 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통시적인 관점에서 『맹자』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『맹자』와 『논어』, 그리고 『순자』를 함께 교차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. [본문으로]
  2. 중국 사상사에 있어서 텍스트에 대한 주석작업은 단순히 텍스트의 내용을 해석하는 작업에서 끝나지 않는다. 해당 텍스트의 편차를 정하고, 오탈자를 살펴서 최초의 교감결과를 내놓는 텍스트 비평의 과정이기도 하다. 유가 내에서 『맹자』에 대응하는 또 다른 서적인 『순자』는 시기적으로 당(唐)나라 때 최초의 주석 작업이 이루어졌다. 단순히 시기적인 측면에서만 비교할 것은 아니겠으나, 그만큼 텍스트 정립의 필요성이 늦게 대두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. 물론 대화체를 위주로 하고 있는 『맹자』와는 달리 『순자』는 보다 더 정제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텍스트 자체의 와전이 적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고, 분서갱유(焚書坑儒)의 설계자라는 이사(李斯)가 순자의 문하였음도 어느정도 감안되어야 하겠지만, 그 만큼이나 중요도의 차이 역시 존재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. [본문으로]
Posted by 蝟郞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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